열린 대문 사이로
검게 늘어선 사람들
자동센서
끔뻑,
-아이고...
-오셨다 오셨다
상 위에 일렬로 모신 과일들
일제히 한 쪽 무릎부터 바닥에 꿇는다
선두에선 장손과 장정들이
조상님 조상님 하면
구식 냉장고의 엄숙한 모터소리 음음
물러서 벽에 기대는 앞치마들
욕심이 피어올린 향이 천장까지 올라간다
눈치껏 압력밥솥은 김을 밀어올린다
-형님 -이번에 쬐깐한 부지는 저희가 하는 거니대이.
밥상 위 가지런한 딸기
전투태세를 하고 무릎꿇은 앞치마들
둘러앉은 밥상 잠시 고요하다
-우아래도 모르고 그런 법이 어딨노 임마!
세상천지 물도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야
젓가락에서 냉동문어가 미끄러진다
-두이소 제가 닦을게예
상이 하나 예상보다 이른 시각 엎어지고
부엌에 마지막 김이 서린다
-보소 카면 법대로 가니더
앞치마 하나 바닥에 헝크러지고
자리 지키던 손가락 하나가
방석을 베고 잠든 어린
아이의 귀밑머리를 넘긴다
씽크대 물이 똑 떨어진다